사주 디버그에서는 사주에 대한 여러 가지 주제를 자유롭게 이야기합니다. 프로그램의 오류를 찾아 가는 작업을 디브그(디버깅)라고 합니다. 사주를 통해 운명을 예측하는 행위 또한 그와 비슷합니다.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어떻게 잘못됐는지 파헤쳐 가는 작업이 사주를 보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드는 이런저런 생각을 전합니다.
누구에게나 귀신은 있다
파무는 신점을 본 적은 없지만, 신점이라는 것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사주 또한 보이지 않는 기의 움직임에 대해 논하는 것이니, 보이지 않는 영매의 말씀을 논하는 신점과 외관 상으로는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사주는 자연 관찰에 의한 것이므로 절기의 변화나 태양의 움직임에 따른 인간의 변화 등 과학적 패턴을 근거로 댈 수 있지만, 신점은 그런 근거를 거의 찾기 어려워서 맹신과 불신의 경계가 더욱 넓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특정한 신령이나 영적 존재로부터 메시지를 전달 받는 방식의 신점이 어떻게 가능한가를 생각해본 적은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다분히 사주명리적 관점입니다.
사주명리에서 논하는 10천간과 12지지도 생극제화 관계를 따져 십신이라는 이름을 붙입니다. 이 십신(十神)도 신(神)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에너지의 작용을 그저 ‘귀신’이라고밖에 할 수 없었던 선조들의 자구책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에너지는 모두 귀신이라고 할 수 있으며 사람마다 모두 8개의 귀신을 가지고 태어납니다. 그것이 사주팔자의 8자 귀신입니다. 이 8자 귀신들은 각각의 특징이 있으며 귀신들끼리 상호작용하여 또다른 특징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그리하여 그 귀신들의 밤낮 없는 놀이로 인해 사람의 운명이 결정됩니다. 사실 모든 사람들은 저마다의 8자 귀신, 8자 신령님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메시지를 주고받고 어떻게 살면 좋을지 교감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런데 모든 8자 귀신들이 긍정적인 메시지만 주는 것은 아니듯이 어떤 누군가에게는 매우 극단적이거나 신비로운 메시지를 주기도 할 것입니다. 일반인들도 사주팔자 에너지의 작용이 극단적이면 공격적으로 변하거나 우울증에 빠지는 것과 같이 어떤 사람에게는 초인적인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흔히 촉이 좋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스윽 얼굴만 보고도 저 사람이 어떤 사람이라고 파악하거나, 어떤 현상만 보고도 그것의 결과를 예측하는 사람들 말입니다. 귀신이 문을 들락거린다는 ‘귀문관살’이 있는 사람들이 이런 신점가의 에너지를 가졌으나 환경에 의해 신점가가 될 정도는 아니게 된 케이스가 아닐까 가설을 세워볼 수 있습니다.
신령스런 부작용
이러한 예들이 바로 그 8자 귀신들의 지나친 장난, 즉 에너지들의 과도한 작용일 것입니다. 이것은 대개 편인, 편관, 편재와 같은 한쪽으로 치우친 에너지들에게서 주로 나타날 것 같습니다. 아니면, 특정 오행의 충돌, 천간의 이상 작용, 강력한 에너지를 가진 가족으로부터의 영향 등으로 나타날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중 하나는 ‘편인’의 과도한 작용(과잉, 혹은 이상 작용)이 신점가와 같은 영적 존재와의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에너지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편인은 기본적으로 보이지 않는 세계를 구축하는 에너지인데, 편인만 6개 정도 되는 사람이라면 그 작용력이 매우 강력할 것입니다. 만약, 편인이 6~7개이던 사람에게 대운에서도 편인이 2개나 동시에 들어온다면 세상이 어떻게 보일지 잘 상상이 되지 않습니다. 이처럼 어떤 에너지의 과잉, 특정 에너지의 이상 반응 등이 그런 ‘신령스런 부작용’을 일으키는 것이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태어날 때부터 신령님과 소통했다는 신점가가 있는가 하면, 어느 시점부터 신령님이 나타났다는, 일명 ‘신내림’을 받았다는 신점가도 있습니다. 전자는 4주8자에 신령의 작용을 일으키는 에너지를 갖고 태어난 사람이고, 후자는 대운이 바뀌면서 새로 들어온 에너지가 원국과 작용하면서 신령의 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한 사람으로 추정해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신내림을 받은 신점가라면 만세력을 통해 대운 달력을 확인해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어느 대운에 자신이 신내림을 받았으며 그 대운이 언제까지인지 확인해보는 것입니다. 이따금 신령님이 더 이상 대답이 없다고 말하는 신점가들을 볼 때가 있는데, 그것은 어쩌면 대운이 바뀌어서 신령스런 부작용이 감소됐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물론 이것은 ‘머글’의 허술한 가설일 뿐입니다. 어쩌면 신령으로부터 메시지를 받는다는 자신의 상황을 가장 과학적으로 밝히고 싶은 사람은 어쩌면 신점가 자신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신점가들이 사주명리학의 이론을 가져다가 ‘살이 꼈다’느니 하며 잘못된 의미로 사용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들에게도 나름 이론이 필요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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