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 디버그에서는 사주에 대한 여러 가지 주제를 자유롭게 이야기합니다. 프로그램의 오류를 찾아 가는 작업을 디브그(디버깅)라고 합니다. 사주를 통해 운명을 예측하는 행위 또한 그와 비슷합니다.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어떻게 잘못됐는지 파헤쳐 가는 작업이 사주를 보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드는 이런저런 생각을 전합니다.
요리사의 에너지
넷플릭스의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이라는 프로그램을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흑수저’와 ‘백수저’로 나뉜 100명의 셰프가 요리 대결을 통해 누가 최고의 셰프가 될지 경쟁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영상 속의 인물들을 볼 때 그들의 사주팔자 구성을 생각해보는 습관이 있는 파무로서는 이 식신, 상관, 편관 에너지가 주무기인 100명의 셰프들이 펼쳐보이는 식신제살, 상관제살, 살용식제 등의 드라마는 무척이나 흥미롭습니다.
‘요리’는 기본적으로 식신 활동입니다. 식신은 대상을 생하는(살게 하는) 행위의 에너지원입니다. 배가 고프면 요리를 해서 먹든지 먹이든지 해서 대상을 살리는데, 이 행위의 원동력이 식신입니다. ‘식신격’이거나 식신이 많거나 식신을 주에너지로 쓰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요리를 (잘) 할 줄 알고 음식을 다양하게 즐기며 맛에도 예민하기 마련입니다. 식신이 전혀 없거나 식신이 극하는 정관을 주에너지로 쓰는 사람이 대체로 라면 하나도 끓일 줄 모르고 음식맛을 볼 줄 모르거나 주는 대로 그냥 먹는 스타일인 이유는 그래서입니다.
비겁을 제외하면, 식신은 십신 중 가장 낮은 강도의 에너지이자 손을 뻗으면 바로 닿을 수 있는 대상에 대한 욕망의 에너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요리’가 ‘요리사’라는 지위의 차원으로 확장되기 위해서는 식신 에너지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식신을 먹는 욕구라고 한다면, 요리사는 단순히 먹기만 잘 해서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셰프와 같은 고급 요리사가 되기 위해서는 식신 이상의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단순히 집에서 혼자 파스타를 해먹는 게 아니라, 수많은 재료와 상황과 손님을 상대하는 요리사가 되기 위해서는 더욱 강한 에너지가 필요한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편관입니다. 편관은 ‘칠살’이라는 별칭이 말해주듯, 십신 중 가장 높은 강도의 에너지이자 다루기 어렵고 위험한 에너지입니다. 이 편관이 있어야만 요리를 직업으로 택했을 때 능력이 발휘되고 상황을 감당할 수 있습니다. 가장 발휘하기 쉬운 에너지인 식신을 바탕으로 가장 컨트롤하기 까다로운 에너지인 편관을 탑재할 때 가장 이상적인 형태의 요리사의 에너지를 갖추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편관은 군인, 경찰, 죽음, 통제, 희생 등의 키워드와 연관된 십신이기 때문에 요리사와 무관해 보입니다. 하지만 요리사가 불과 물로 재료를 제압하고 통제(희생)하여 음식으로 승화시키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매우 밀접한 에너지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요리사는 주로 칼을 다룹니다. 칼은 칠살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잘 다루면 유용하지만 잘못 다루면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양면성을 가진 도구입니다. 편관이 지나치게 많은 사람이 일식요리사나 도축업자가 되어 자신에게 내재된 강렬한 에너지를 직업으로 대체(업상대체)할 때가 있습니다. 이와 같이 사람을 해할 수도 있는 에너지를 사람을 살리는(먹이는) 에너지로 변환할 수도 있는 직업이 요리사이기도 합니다. 편관이 전혀 없는 사람이 과일 깎는 칼도 잘 못 다루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영향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편관이 적절하게 작용하면 유용한 칼처럼 아주 좋은 에너지원이 됩니다. 예민하고 날카롭고 섬세한 성향의 많은 부분이 여기서 나온다고 할 수 있습니다.
셰프의 자격
우리는 ‘고든 렘지’와 같은 유명한 셰프들이 주방에서 쌍욕을 퍼붓거나 과격한 동작과 독설로 요리사들을 쩔쩔 매게 하는 장면을 가끔씩 보게 됩니다. 그런 과격한 언행은 대개 편관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것은 사실 군인이나 경찰이 공권력을 행사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강압적이지만 부정할 수 없으며 합리적이기까지 한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강력한 에너지가 편관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흑백요리사’의 두 심사위원인 안성재가 미군 출신이고 백종원이 장교 출신이라는 점은 우연만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그들에게도 편관 에너지가 내재되어 있음을 뜻합니다. 편관은 파이브무브 과제 분류로 치면 권위 역량입니다. 권위를 얻기 위해서는 강력한 파워나 카리스마가 있어야 합니다. 요리사의 권위는 요리 실력에서 나오며 이 실력이 파워와 카리스마가 됩니다. 주방에서만큼은 요리사들의 계급성이 용인되는 것 또한 그만큼 위험성이 내재된 공간이자 권위가 필요한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흑백요리사’에 나오는 셰프들과 같은 자신만의 개성을 살려서 창의적인 요리를 선보이는 레벨의 요리사가 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식신과 편관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소위 ‘파인다이닝 셰프급’의 요리사가 되기 위해서는 상관이 필수 있습니다. 식신과 편관을 쓰는 요리사가 일반적으로 알려진 요리를 정해진 레시피대로 잘 구현하는 사람이라면, 상관과 편관을 쓰는 요리사는 자신만의 요리를 개발하고 요리에 자신만의 정체성을 드러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슐렝 스타를 받기 위해서는 단순히 오래 요리를 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며, 자신의 요리 철학을 가지고 독창성과 창의성과 심미성을 요리에 녹여내야 하는 ‘크리에이티브한’ 차원의 역량이 필요한 것입니다. 파이브무브 과제 분류로 치면 표현 역량은 바로 이 상관 에너지가 있어야만 가능합니다.
백종원이 바로 이 상관을 쓰는 ‘상관격’ 캐릭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백종원은 사주팔자에 편관, 편인, 편재, 상관을 모두 갖춘 ‘똘똘이형’ 사주인데, 지지가 ‘편재격’이어서 요리사보다 요식 사업을 하는 사업가가 된 케이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식신격’이나 ‘상관격’이 편관을 만나면 식신제살, 상관제살이라고 하며, ‘편관격’이 식신이나 상관을 만나면 살용식제, 살봉상관 이라고 합니다. 쉽게 풀이하자면, 평소에는 수더분하던 친구가 주방에서만큼은 카리스마 있는 칼질로 고급 요리를 내온다면 ‘식신제살’이라고 할 수 있고, 평소에 카리스마 있던 부장님이 와이셔츠 소매를 걷어붙이고 앞치마를 두르고 수줍은 미소로 요리를 해준다면 ‘살용식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요리에 독창성이 가미되어 있거나 ‘채소의 익힘 정도 등등’ 블라블라 요리에 대해 할 말이 많은 사람이라면 ‘상관제살’이거나 ‘살봉상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식신, 상관, 편관이 사주팔자에서 주요하게 작용하는 에너지원일 때 셰프의 자격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각 십신들의 작용 관계를 구체적으로 풀이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며, 사주는 원국과 운의 구성이 반반이어서 운에 따라 영향력이 정반대로 나올 수 있으므로 사주팔자 구성에 식신, 상관, 편관 유무가 1차적인 판단 요소라고 하겠습니다.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갑자기 요리를 배운다거나 식당을 차리는 사람들은 대개 대운이 바뀌면서 이런 영향을 미치는 에너지가 강력하게 작용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큽니다. 한때 잘 나가던 요리사가 요리가 예전만큼 재미있지 않거나 음식맛이 떨어진다면 이 또한 이런 대운의 작용 때문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어떤 직업이든 필수 에너지원을 원국에 기본 탑재하고 있는 것이 운의 영향을 덜 받고 그 일을 오래 지속할 수 있는 바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추가로, 요리는 매우 고된 육체 노동이기 때문에 요리를 하다가 건강을 잃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사주팔자에 비견이나 겁재를 하나쯤은 갖추고 있어야 아프지 않고 오래 요리하는 요리사가 되는 데 유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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