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분뇨수거 위생업자 사주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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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슬 사주에서는 세상을 떠난 무명인 혹은 유명인들의 사주를 살펴봅니다. 세상을 떠난 이들은 영혼이 되어 하나의 구슬이 된다는 상상을 합니다. 그 구슬을 들여다 보며 그들의 삶을 잠시 엿봅니다.

어느 분뇨수거 위생업자

무명(1928~?)씨의 사주팔자는 ‘부산 박도사’로 유명한 제산 박제현 선생의 일화로 알려진 것입니다. 1970년대 초 박제현 선생이 대구에 머물 때 소문을 듣고 찾아온 사람들 중 한 명이 무명씨입니다. 선생이 무명씨의 사주를 보더니 ‘사주에서 냄새가 난다’고 했고, 알고보니 이 사람은 분뇨수거 관련 위생업을 하고 있어서 좌중이 깜짝 놀랐다는 일화입니다. 토가 천간과 지지에 과잉되어 있고 지지의 진토 3개가 지장간에 계수를 품고 있는 상태입니다. 병화만이 작열하는 태양처럼 대지를 내리쬐고 있어서 진토 안의 계수라는 고인물이 부패하는 느낌을 받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소위 사주팔자를 한폭의 그림으로 읽는 물상법의 직관력을 갖춘 이의 예리한 안목 느낄을 수 있는 동시에, 이런 직관을 갖추지 못한 이들의 이현령비현령식의 사주풀이 부작용을 양산하기도 하는 흥미로운 일화입니다.

무명씨는 편인격으로 비겁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점이 인상적인 사주팔자입니다. 용케도 천간의 편인 하나가 월지 지장간의 정인에 빨대를 꽂아 성격(격이 이루어짐)이 된 것 또한 재미있는 포인트입니다. 비겁으로만 이루어진 사주팔자는 전문성(자격증, 허가증)을 갖추느냐가 관건인데, 천간의 인성(편인)이 그에게 어떤 행운을 가져다줄 것처럼 떠있습니다. 보건이나 위생 업종 특유의 공공성을 지향하는 특성이 그의 인성과 어느 정도 상통하는 점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외적 길흉에서는 20대 초반부터 30대 후반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나 40대 초반(1960년대 후반)에 이 위생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40대 중반부터 건강이 안 좋아졌거나 직원 또는 가족 문제가 있어서 사주 상담을 받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도 해봅니다. 자존, 경쟁 역량만 과잉되어 있는 상태에서 유일하게 학문 역량만 두드러지는 이가 먹고 살기도 어려운 시대에 태어났을 때 할 수 있는 선택은 그리 많지 않았을 것입니다. 어쩌면 자기 안에 고여있는 물을 퍼내고 싶다는 욕구로 평생을 살았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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